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숏폼, 우리는 쉬고 있는가? 일하고 있는가?

by 저스트아가파오 2025. 12.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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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 후 스마트폰이 만든 보이지 않는 ‘데이터 노동’

나에게는 요 근래 생긴 안 좋은 습관이 있다. 바로 퇴근 후 침대에 누워 스마트폰을 켜는 것이다. 유튜브를 비롯한 SNS들의 알고리즘이 추천한 숏폼 동영상을 무심코 누른다. 한 편만 보고 끄려 했는데 다음 영상이 자동으로 재생된다. 화면을 위로 밀면 또 다른 영상이 나온다. 그렇게 몇 번만 반복하면, 시간 감각은 흐려지고 낭비되는 시간은 늘어난다.

 

정신을 차려보면 어느새 한두 시간은 우습게 지나있다. 우리는 이 시간을 휴식이라 착각하며 그렇게 부른다. 하루 종일 열심히 달린 뇌를 식히는 보상의 시간이라고 믿고 싶지만 아니라는 것을 안다.

 

‘쉰다’는 말은 보통 에너지를 회복한다는 뜻이다. 그런데 나는 숏폼을 본 뒤 개운해지기보다는, 더 멍해지거나 죄책감을 느낀다. “왜 이렇게 시간을 날렸지?”라는 자책이 따라오기도 한다. 휴식이라고 믿었지만, 정작 몸과 마음은 회복되지 않는다.

이 모순에서 벗어나기위해, 스마트폰에서 보내는 시간이 어떤 구조 위에 놓여 있는지 알고 전략적으로 탈출해야 한다.

 

통계가 말하는 불편한 진실

통계청의 ‘2024년 생활시간조사’에 따르면 국민 수면시간이 통계 작성 이래 처음으로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원인을 단 하나로 단정할 수는 없지만, 많은 사람에게 공통으로 등장하는 변수는 스마트폰과 숏폼의 등장이다.특히 잠자리에 누운 후 사용하는 영상 콘텐츠가 수면 시간을 잠식한다.

 

“딱 10분만”이라는 말로 시작하지만, 알고리즘은 사용자의 ‘멈춤’을 허용하지 않는다.콘텐츠는 끊김 없이 이어지고, 우리의 의지는 쉽게 마모된다. 이 지점에서 중요한 질문이 생긴다. 우리는 정말 휴식을 하고 있는가, 아니면 잠을 줄여가며 다른 일을 하고 있는가.

답은 점점 더 후자에 가까워진다.

 

우리가 하고 있는 일은 누군가의 서비스를 더 강하게 만드는 작업이다.

그것도 무급으로.

 

데이터 노동이란 무엇인가

‘데이터 노동’이라는 개념은 다소 낯설게 들릴 수 있다. 그러나 가상현실(VR) 개념을 처음 제시한 과학자 재런 러니어는 지금으로부터 12년 전인 2013년부터 이렇게 말해왔다.

 

“데이터는 노동이다.”

 

우리가 SNS에 올리는 사진, 검색 기록, 체류 시간, ‘좋아요’ 버튼 하나까지. 이 모든 행위는 플랫폼 기업의 경제적 가치 창출에 기여한다. 문제는 그 노동이 ‘노동’으로 불리지 않는다는 점이다. 사용자는 서비스를 무료로 쓰는 대신, 자신의 주의력과 행동 데이터를 제공한다. 플랫폼은 그 데이터를 광고와 추천 시스템, 신규 서비스 고도화에 활용해 수익을 만든다.

 

결국 나는 ‘무료’의 대가로 가장 비싼 자원인 시간, 주의력, 습관을 내어주는 셈이다.

 

숏폼 콘텐츠, 무급 야근의 현장

틱톡이나 유튜브 숏츠를 떠올려보자. 우리는 짧은 영상을 끝없이 밀어 올리며 시청한다. 어떤 영상에서 멈추고, 얼마나 오래 보고, 어디서 건너뛰는지. 이 모든 행동 데이터가 실시간으로 수집된다. 그리고 그 데이터는 다시 알고리즘을 더 정교하게 만든다. 사용자를 더 오래 붙잡아두는 방향으로 학습하는 것이다.

 

조사업체 와이즈앱에 따르면 쇼트폼 콘텐츠의 월평균 사용 시간은 약 52시간 2분에 달한다.

국민의 60% 이상이 하루 1시간 40분 이상 쇼트폼을 시청한다는 것이다.

 

이 시간은 단순 소비가 아니다.

플랫폼 입장에서는 매일같이 누적되는 ‘훈련 데이터’이며, 더 정확한 추천과 더 높은 광고 효율로 이어지는 ‘생산 활동’이다.

우리는 도파민이라는 찰나의 보상을 대가로, 플랫폼이라는 공장에서 매일 밤 무급의 야근을 하고 있는 것과 같다는 말이다.

 

AI 시대, 더 정교해진 데이터 착취

문제는 이 구조가 AI 시대로 접어들며 더욱 교묘해졌다는 점이다. 이제 우리는 소셜미디어를 넘어 생성형 AI와 대화하며 데이터를 제공한다. 챗GPT에게 던진 질문과 수정 요청, 피드백은 모델을 개선하는 데 사용될 수 있다.

 

과거에는 사진과 텍스트를 제공했다면, 이제는 우리의 의도와 사고방식, 판단 패턴까지 알려주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 핵심은 선악의 문제가 아니다. AI가 발전하는 것은 인류에게 유익할 수 있다.

 

다만 우리가 제공하는 데이터가 어떤 방식으로 축적되고, 어떤 권력 구조를 강화하는지 자각할 필요가 있다.

그 자각이 없다면, 우리는 기술을 쓰는 것이 아니라 기술에 의해 쓰이게 될 것이다.

 

새로운 디지털 리터러시가 필요하다

그래서 필요한 것이 새로운 차원의 디지털 리터러시다. AI에게 질문을 잘 던지는 기술만으로는 부족하다. AI가 내놓는 결과물을 비판적으로 검증하고 걸러내는 능력이 더 중요해진다. 영미권에서는 ‘AI 슬롭(AI Slop)’이라는 용어가 확산되고 있다. 맥락 없이 쏟아지는 저질 AI 콘텐츠나 오류 가득한 정보를 뜻한다. 과거의 스팸 메일처럼, AI가 만든 디지털 쓰레기가 인터넷을 채우고 있다.

 

진정한 디지털 리터러시는 기술에 감탄하는 것이 아니다. 지금 내가 소비하는 정보가 ‘슬롭’인지 판단하고, 나의 질문과 클릭이 누군가의 AI를 키우는 연료가 되고 있음을 자각하는 것이다.

 

정보 소비의 주도권을 되찾는 일,

 

그게 이제 ‘기술 사용법’의 핵심이 되었다.

 

나는 플랫폼의 주인인가, 부품인가

우리를 둘러싼 환경은 이미 알고리즘 중심 사회로 전환됐다. 이제 스스로에게 질문해야 한다.

 

나는 플랫폼의 주인인가, 아니면 알고리즘을 훈련시키는 부품인가.

 

‘데이터 노동’의 굴레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개인의 각성과 더불어 제도적 변화도 필요하다. 유럽의 디지털서비스법(DSA)처럼 알고리즘 투명성을 강화하고, 이용자 데이터에 대한 정당한 보상 체계를 논의해야 한다. 동시에 우리 스스로 ‘로그 오프(Log Off)’할 수 있는 용기를 가져야 한다. 알고리즘이 차려놓은 밥상을 거부하고 능동적으로 정보를 선택하는 태도.

 

내가 오늘부터 적용가능한 항목들로 추려보았다.

1. 취침 전 30분만이라도 ‘무한 스크롤’ 대신 책이나 스트레칭, 짧은 기록으로 대체한다.

2. 목적없이는 유튜브와 틱톡, 인스타 같은 SNS 앱을 누르지 않는다.

3. 숏폼을 이용해야 한다면 반드시 목적에 대한 생각 정리를 한 후에 검색으로 콘텐츠를 찾는 습관을 들인다.

 

작은 선택이지만, 이 행동 양식이 나의 수면과 집중력을 지키는 방파제가 될 것이다. 진짜 휴식은 화면 속에서 자동 재생되는 것이 아니라, 내가 멈출 때 시작된다는 것을 잊지 않기를 원한다. 알고리즘이 아니라 내가 리듬을 결정하는 밤.

 

그때가 되서야 나는 잃어가던 진정한 휴식을 되찾았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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